[ m u s i c i a n ]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l o o s e l y 2009. 1. 3. 16:43

[musician]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사람의 생김새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건 나쁜 짓이다. 난 대략 10년동안 인문대 국어국문학과에 소속되어있었지만, 단 한번도 생김새가 국문학도(?)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내 인생 서른이 될 동안 담배냄새라면 치를 떨며 살아왔건만 골초같이 생겼단 말을 서른번도 넘게 들었다. 생김새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건 좀 어이없는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부모님께서 주신 유전자를 원망하진 않지만, 생김새만 보고 한 인생을 판단하는 건 나쁜 짓임에 틀림없다.

[1인 band_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_
그 역시 이런 생김새 지상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이름을 달빛요정이 아니라 좀 거친(?)류로 지었다면, 그런 느낌이 좀 덜할 지 모르겠지만, 그의 외모는 확실히 요정_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김새 지상주의 덕(?)에 나는 온전히 그의 노래에 빠져버렸고, 그의 노래를 사랑하게 되었다. 간혹 그를 [달사마]라고 부르는 광팬들도 있더라만, 아마도 그것이 욘사마의 사마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진 않았으리라. "아이러니"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굉장히 서글픈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노래판에도 예쁘고 잘생긴 것들이 우선적으로 득세하고 있으니.

달빛요정의 노래는 중독적이다.
그의 목소리는 숨김이 없다. 통쾌하고 신나고 그리고 쓰리도록 절실하다. 어쩌면 쓰리도록 절실한 것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쓰린 마음을 가열찬 비트에 담아낸다고 해서 그것이 그저 신나는 노래는 아닐테니 말이다. 가사에는 열등감, 좌절, 비판과 비난, 자학이 가득하다. 골방에서 하루종일 기타만 붙잡고 있었던 그의 구질구질한 삶을 그대로 가사에 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야기를 은밀하고 부끄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삶은 구질구질할지언정 노래는 당당하고 거침없다. 힘들면 힘들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짜증나면 짜증난다고, 울고싶으면 울고싶다고 노래한다. 그의 정확하고 뚜렷한 목소리는 그런 숨김없음을 더 당당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숨김없음은 나로하여금 그의 노래에 중독되게 한다.  


얼마전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가수로서 연봉 1200만원을 벌지 못한다면 더이상 노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건 그저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음에 마음 아파해야할 일일까. 2MB 아저씨 때문인지, 벌써부터 그래왔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2009년 대한민국땅은 제대로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힘든 곳이 되어있다. 내 삶은 그의 노래 가사처럼 [스끼다시가 아닌 사시미]가 되길 지독히도 바라면서, 아메리카노 한잔보다 CD한장 사는 돈을 아깝게 생각했던 내 모습이 구차하고 비겁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부쩍 그의 노래가 절실하게 들린다.


 

 

절룩거리네_ [1집 Infield Fly ]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 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한날 사랑타령 나이값도 못하는게 골방속에 쳐 박혀 뚱땅땅 빠바빠빠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 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게 다 절룩거리네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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